집단상담이란 특정 상담의 주제에 대한 부분들을 소수의 사람들이 함께 다루고 상호작용하는 상담 과정을 말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타인의 이야기도 들으며 각자만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성장의 걸음을 딛는 경험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만, 개방하고 싶은 부분들만 드러낼 수 있으며, 그 어떠한 강요도 재촉도 없습니다. 모두가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어나가는 것입니다.
또한, 상담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을 함께 참여하고 수행해나가며 스스로를 돌아보고, 집단끼리의 유대를 강화할 수 있다는 기대효과가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게시판에서 집단상담 홍보 포스터들을 많이 봐왔습니다.
하지만 바쁜 학기 중에는 일정을 맞추기도 어렵고 꽤 긴 상담 시간이 부담되기도 하여, 늘 그저 지나치기만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집단상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그냥 같이 강의식 수업을 듣고 간단한 활동을 함께 하는 정도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러다 학과 전공 수업으로 ‘집단상담’을 수강한 동기들이 집단상담에 매우 좋은 영향을 받고 성장하였다고 적극적으로 추천하여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마음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집단상담이 어떠한 목적과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알게 되자 더욱 참여하고 싶은 의지가 강해졌습니다.
사실 저는 사람들과 있을 때 말이 많은 편이고, 어디를 가나 집단의 분위기를 띄워주는 역할을 주로 해왔습니다.
그러나 정작 저에 대한 이야기나 감정은 잘 표현하지 않고 상대에게 맞춰주는 편이었습니다.
학창시절에는 그래도 매일 보는 친구들이 있으니 그만큼 더욱 가까워지고 내면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지만, 대학교에 오니 수업이 겹치지 않으면 친구를 사귈 일도 거의 없고, 깊이 있는 관계를 맺기란 참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더욱 실감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집단상담이 매우 귀중한 시간으로 다가왔습니다. 같이 1년간 활동할 서포터즈 단원들과 더욱 친해질 수 있다는 것도 정말 의미 있는 점이지만, 내가 일회성 이야기가 아닌 진정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 있다는 것이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와 생각·경험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지금이 아니면 점점 더 흔치 않아질 것이라 생각되어 꼭 참여하고자 하였습니다.
집단상담에서는 서로의 고민이나 스트레스 상황을 함께 나누며 각자만의 해소 및 극복 방법들을 공유 또는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하였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을 생각해보면, 바로 첫 시간 첫 활동으로 했던 자기소개인 것 같습니다. 이제까지 해왔던 자기소개와는 많이 다른 방식이었습니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나 사물로 나를 소개해야 했습니다.
이 자기소개 만으로도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어떤 태도로 사람들과 상황들을 대했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느껴졌다는 것이 참 생소한 경험이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쓰러운 마음도 들고, 안심되기도 하고, 공감이 되기도 하고.. 많은 감정이 오고 갔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건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였구요.
집단상담은 제가 상담 전 가지고 있던 기대들이 정말 진귀한 경험으로 되돌아오는 시간이었습니다.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눈치 보지 않고 오로지 나를 위해서 나의 속마음을 털어놓아 봤고, 오로지 타인을 위해 타인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렇게 온전히 한 공간에 있는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살면서 몇 번이나 될까요.
깊은 관계를 맺기가 점점 조심스러워져 사람에 대한 신뢰도 잃어가던 찰나, 다시금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아픔을 견뎌내며 살아가고 있구나. 그럼에도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방향을 찾아 헤매는구나. 일어서려 하는구나. 잘 살고자 하는구나. 여러모로 많이 배우고, 채워나가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제가 함께 활동했고, 활동할 분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오히려 서로 너무 가깝지 않았기에, 상처 준 적이 없고, 함부로 말한 적이 없는 조심스러운 관계였기에 이러한 집단상담 내의 시너지가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집단상담을 하기 전에는 정말 나누고 싶은 고민이 있거나, 주제에 해당하는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신청하면 좋겠거니 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직접 상담에 참여해보니 오히려 자신의 현재 고민이나 힘듦, 감정과 마음 상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불쾌하고 불편한 감정들을 나름 적절히 해소하며 편안하게 지내왔다고 생각했는데, 스트레스 관련 고민과 경험들을 나누다 보니 그러한 감정들이 해결된 것이 아니라 그냥 묻어뒀던 것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스로 깨닫는 것도 많고, 나의 이야기를 말로 풀어나가며 스스로의 감정들을 정의 내리는 시간들을 통해 자신의 진짜 마음을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꼭 대단한 것을 얻어가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내 마음을 한 번쯤 더 돌아봐 주는 것. 내 상태를 점검해보는 것. 그 과정들을 함께 해나가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가치가 있다고 확신합니다